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갤러리 도큐먼트, 열다섯번째 전시

- MIST -


DOQ 15


FEBUARY / 2021





박서희 작가 노트



너무 무르지도, 단단하지도 않은 적당한 습도의 흙을 물레 위에 놓고 돌린다.
중심을 맞춰 구멍을 뚫고 기벽을 올린다.
하나의 점에 불과한 흙 덩어리가 공간으로 확장되는 동안 나의 손과 눈은 쉴 새 없이 움직이며 이상적인 형태를 위한 선택을 반복한다.
일정 시간의 건조를 거친 뒤 예리한 굽칼로 다시 형태를 매만진다.
불필요한 흙을 걷어내며 손과 눈은 이전보다 예민하게 기물을 살핀다.
흐르는 강물과 높은 하늘을 연상시키는 푸른 색의 도자기는 역설적이게도 1280°c의 치열한 환원 불 속에서 완성된다.
불확실한 기다림 끝에 내가 쏟은 수고와 노력은 오롯이 형태로, 그리고 빛깔로 드러난다. 땅에 맡겨진 씨앗이 꽃 피우듯.
가마에서 꺼낸 기물들이 내 예상과 다를 때마다 놀라곤 한다.
매 과정에 최선을 다해 임하지만, 흙과 불의 조합이란 도무지 정확히 예측할 수가 없다.
아침 꽃을 저녁에 줍는 마음이 무엇인지 어렴풋이 짐작할 뿐이다.
                    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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